투자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과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을 앞두고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금 가격이 소폭 하락했습니다. 반면 은 가격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며 여전히 강력한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 동부 시간 기준 수요일 오전 9시 48분(한국 시간 오후 11시 48분), 현물 금 가격은 온스당 0.3% 하락한 4,198.2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월 인도분 미국 금 선물 역시 0.2% 내린 4,227.40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같은 시각 현물 은 가격은 장 초반 사상 최고가인 61.61달러를 터치한 뒤 0.2% 하락한 60.56달러로 조정받았습니다.
시장의 이목이 쏠린 연준의 금리 결정
하이 리지 퓨처스(High Ridge Futures)의 데이비드 메거 금속 트레이딩 이사는 “현재 시장의 움직임은 매우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나타나는 가벼운 차익 실현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미 동부 시간 오후 2시에 금리 결정을 발표하며, 이어 2시 30분에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이번 달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89.6%로 반영하고 있으며, 2026년에도 추가적인 완화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메거 이사는 “우리는 금리 인하와 일시적 동결이 반복되는 경로에 있을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는 횡보 내지 우상향 추세가 유효하며, 잠시 숨을 고르는 구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회의는 노동 시장을 지지하기 위한 차입 비용 인하와 인플레이션 재점화 위험 사이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고심하는, 근래 들어 가장 의견이 분분한 회의 중 하나가 될 전망입니다. 특히 최근 43일간의 정부 셧다운 여파로 새로운 경제 데이터가 부족한 데다, 차기 연준 의장 인선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겹쳐 난이도가 높아졌습니다. 현재 백악관 경제 자문이자 금리 인하론자인 케빈 해싯이 유력한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산업 수요 힘입어 폭주하는 은, 그리고 정상화되는 금·은 비율
금 시장이 눈치를 보는 사이, 은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110% 급등하며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산업용 수요 증가와 재고 감소, 그리고 미국 정부의 핵심 광물 지정 등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메거 이사는 “한때 100을 넘어섰던 금·은 교환 비율(Gold-Silver Ratio)이 역사적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식과 금의 이례적 동반 상승, 거품의 신호인가
최근 시장에서는 금과 미국 증시(S&P 500)가 지난 5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형태의 ‘폭발적 동반 상승’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는 자산 시장의 거품을 시사하거나, 최소한 변동성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음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 11월 12일 오전 기준 금값은 온스당 4,135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500달러 이상 급등했습니다. 불과 1년 전인 2024년 말, 금값이 2,500달러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기록적인 상승세입니다. 통상적으로 경제 호황기에는 주식이,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금이 강세를 보이는 역상관관계가 깨지고 두 자산이 동시에 랠리를 펼치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의 수익률과 헤지(Hedge) 전략
역사적으로 볼 때 금이 모든 금융 상황에서 주식을 능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1971년부터 2024년까지 주식 시장의 연평균 수익률은 10.7%였던 반면, 금은 7.9%를 기록했습니다. 경제가 견고할 때는 주식의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변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투자를 원한다면 금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현재와 같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금은 단순한 투자를 넘어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해집니다. 현물 금 가격은 즉각적인 수요를 반영하는데,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높은 ‘콘탱고(Contango)’나 그 반대인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현상을 통해 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보관 비용 이슈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매수세가 단순한 투기 수요를 넘어,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실물 자산을 확보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