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계의 가장 먼 행성으로 알려진 해왕성은 오랫동안 짙은 파란색, 이른바 ‘코발트 블루’로 알려지며 ‘푸른 진주’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해왕성의 실제 색상은 생각보다 훨씬 옅고, 푸른빛이 감도는 청록색에 가깝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해왕성과 천왕성의 색상에 대한 기존 인식을 재검토한 연구 결과를 국제 천문학 학술지 *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해왕성의 색상이 천왕성보다 더 짙다는 기존의 믿음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식은 주로 1980년대 NASA의 보이저 2호가 각각의 행성을 근접 촬영했을 때의 이미지에 근거한 것이었다. 당시 천왕성은 옅은 녹색으로, 해왕성은 짙은 파란색으로 촬영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이미지가 각인됐다. 하지만 두 행성은 얼음형 행성으로 분류되며, 크기와 구성 성분 또한 매우 유사하다. 이 점에서 색상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과학자들에게도 의문이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의 원인을 ‘사진 보정 과정’에서 찾았다. 보이저 2호가 전송한 원본 사진은 명암비를 조정해 대기의 구조를 더 선명히 보이도록 처리되었고, 이후 색상 균형을 맞추는 합성 과정에서 해왕성이 실제보다 더 파랗게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보정된 사진이 시간이 지나며 설명 없이 널리 퍼졌고, 그 결과 ‘해왕성=짙은 파랑’이라는 오해가 굳어졌다는 점이다.
연구를 주도한 트릭 어윈 교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사진의 설명은 사라지고 이미지 자체만 남아버렸다”며 “이로 인해 해왕성의 색상이 잘못 인식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팀은 허블 우주망원경 등 다양한 관측 장비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이저 2호의 원본 이미지를 실제 색상으로 환산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해당 모델을 적용한 결과, 해왕성과 천왕성 모두 ‘옅은 청록색’에 가까운 색을 띠며, 천왕성은 대기의 연무층이 더 두꺼워 약간 더 밝고 옅게 보일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또 천왕성의 색상이 계절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이유도 밝혀냈다. 천왕성은 자전축이 무려 97도나 기울어져 있어, 계절에 따라 햇빛을 받는 위치가 크게 달라진다. 춘분과 추분 무렵에는 적도 부근이, 동지나 하지 무렵에는 극지방이 햇빛을 더 많이 받는다. 그런데 천왕성의 적도에는 적색광을 흡수하는 메탄이 더 많아 상대적으로 파란빛을, 극지방은 녹색을 더 띠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극지방이 햇빛을 받는 시기에는 천왕성이 더 녹색을 띠고, 춘분과 추분 무렵에는 파란색이 도드라지는 모습이 나타난다. 아울러 극지 상공에 떠 있는 메탄 얼음 입자들이 빛을 산란시키며 녹색과 붉은빛의 반사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천왕성의 색상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행성 이미지가 사실은 보정된 결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과학적 관찰에서 ‘원본 데이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