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들의 손으로 회생한 프랑스 대표 유리 브랜드
1년 전만 해도 파산 위기에 몰렸던 프랑스의 강화유리 식기 전문 기업 뒤랄렉스(Duralex)가 극적인 회생을 이루며 주목받고 있다. 이 놀라운 반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뒤랄렉스의 직원들이다. 이제 기업은 흑자 전환과 브랜드 재창조를 목표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수십 년의 위기 끝에 직원들이 주도한 인수
뒤랄렉스는 1945년에 설립된 전통 있는 프랑스 기업이지만, 수차례의 소유주 변경과 구조적 문제로 인해 35년 넘게 어려움을 겪었다. 2024년,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한 뒤 직원들이 직접 회사를 인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대표였던 프랑수아 마르시아노는 프랑스 컬처 방송에서 그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직원들에게 빠르게 500유로씩 출자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어떤 직원은 어머니나 아내 이름으로 된 수표를 가져오기도 했죠. 법원에 제출할 자본금과 정관, 사업계획서를 빨리 준비해야 했습니다. 정말 고된 여정이었죠.”
협동조합 SCOP 형태로 재탄생
직원들은 ‘생산 협동조합(SCOP, Société Coopérative de Production)’이라는 형태로 회사를 인수했다. SCOP는 직원들이 최소 51%의 지분과 65%의 의결권을 보유하며,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다. 2024년 7월 26일, 오를레앙 상업법원은 직원 60%와 경영진이 지지한 이 인수안을 정식 승인했다. 이후 뒤랄렉스는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섰다.
고용 증가와 글로벌 시장 진출
회사는 최근 17명을 추가 채용하며 전체 직원 수를 243명으로 늘렸다.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면서 일본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2025년 매출은 3,200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도 대비 20% 증가한 수치다. 수익의 40%는 직원에게, 나머지 40%는 재투자 형태로 회사에 남긴다.
창립 80주년과 함께 찾은 안정
SCOP 체제로 전환된 지 거의 1년이 되는 시점이자 창립 80주년을 맞은 뒤랄렉스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2025년 연 매출 목표는 3,200만 유로이며, 이는 2023년의 2,460만 유로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회사는 2027년까지 3,500만 유로 달성을 통해 완전한 수익 기반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SCOP란 무엇인가?
SCOP는 직원들이 회사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경영에 참여하는 협동조합 방식이다. 협동조합 알마(Alma)의 대표이자 전국 협동조합 연합 부회장인 로랑스 뤼팽은 SCOP의 핵심 원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SCOP에서는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며,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합니다. 뒤랄렉스처럼 직원의 60%가 초기부터 조합원이 되었고, 5년 내에 전 직원이 조합원이 되는 것을 결정하기도 했죠. 의사결정은 민주적으로 이루어지고, 수익은 우선적으로 직원에게 분배되며, 회사 외부로 자본이 빠져나가지 않아 해외 이전도 불가능합니다.”
정부 지원 부족 지적
2024년 8월 1일, SCOP 전환 직후 뒤랄렉스는 급여, 에너지비, 원자재 및 포장재 구매에 필요한 100만 유로의 자금이 필요했다. 정부가 일부 지원을 제공했지만, 로랑스 뤼팽은 이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SCOP는 직원들이 스스로 회사를 살리는 구조지만, 외부 투자자보다 자금력이 약한 편입니다. 특히 공공투자은행(BPI)의 지원은 미흡했습니다. 뒤랄렉스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SCOP 모델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뒷받침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프랑스 산업 생태계에 주는 메시지
뒤랄렉스의 사례는 단순한 기업 회생을 넘어, 프랑스 산업 생태계에 큰 의미를 던지고 있다. 이 모델은 기업을 단순한 자본의 수단이 아닌, 구성원들이 공동 책임과 이익을 나누는 공동체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SCOP를 통한 기업 운영은 더 많은 기업들에게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