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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값의 끝없는 롤러코스터: 중동 리스크와 ‘수요 파괴’가 던지는 경고장

2026년 5월 28일 목요일 아침, 은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날아온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문을 열었다. 미군이 해협 인근에서 선박을 향해 날아오던 이란의 드론 여러 대를 방어 차원에서 격추하고 발사 시설을 타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은(SI=F) 7월물은 전장 마감가였던 74.89달러 대비 3% 빠진 온스당 72.65달러로 무겁게 갭하락 출발했다. 미 동부 시간 기준 오전 7시 4분경 73.20달러까지 소폭 반등을 시도하긴 했지만, 시장을 짓누르는 불안감을 떨쳐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글로벌 원유와 물류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통제권 다툼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해묵은 뇌관이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이란 측에서 해협 재개방을 위한 새로운 제안서 초안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시장에 묘한 안도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타격 조치와 함께 “아무도 이 해협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미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이 쐐기를 박으면서, 투자자들은 다시 몸을 한껏 웅크린 채 짙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단기적인 가격 흐름을 보면 현재 은값은 지난주 대비 3.1%, 한 달 전 대비 0.8%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보면 상황이 꽤 다르게 다가온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119.2% 폭등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불과 2주 전인 5월 14일만 해도 전년 대비 상승률이 173.3%에 달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띄었다.

사실 은값의 하방 압력은 단순히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만은 아니다. 이 극단적인 랠리가 결국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게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금과 달리 은은 컴퓨터, 스마트폰부터 태양광 패널,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필수적인 산업재로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에 경제 사이클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UBS가 5월 22일 발표한 분석 노트에 따르면, 지난해 140%에 달하는 폭발적인 은값 상승이 여러 산업 분야의 실구매자들을 망설이게 만들었고, 결국 이 껑충 뛴 가격대가 수요 자체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UBS는 “현재의 높은 가격 수준이 유지되는 한 수요 감소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은이 각국 중앙은행이라는 든든한 매수 주체가 있는 금과 달리 민간 투자와 산업 수요 변화에 극도로 취약해 금의 상승세를 따라가기 벅찰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현재 은 시장은 이 극심한 변동성을 감내할 만큼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다.

올해 은값 차트가 그려온 궤적은 그야말로 광기에 가까웠다. 이란 전쟁 발발 전후로 역대급 변동성을 보이며 지난 1월 28일에는 온스당 120달러를 뚫어내는 기염을 토했지만, 바로 그날 하루 만에 30%가 폭락하는 대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3월 20일 67.60달러로 올해 저점을 찍고 바닥을 다지며 5월 14일 87달러 선까지 회복세를 보였으나, 최근 2주간 강한 매도세에 밀려 75~78달러 구간에서 횡보하다 오늘 결국 72달러 선까지 주저앉았다. 목요일 장중 현물 은 가격은 3.7% 하락한 72.13달러, 최근월물 선물 역시 72.16달러 부근에서 거래되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금융 기관들의 시선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HSBC는 목요일 보고서를 통해 은이 “펀더멘털 측면에서 심각하게 고평가되어 있다”고 못 박았다. 금 가격이 계속해서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겠지만, 금은비(Gold/Silver ratio)가 점차 확대되면서 금이 오르는 랠리 장장에서도 은 가격은 오히려 빠지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맥쿼리 역시 5월 21일 자 분석에서 중동 사태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때까지는 이 피 말리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며, 거시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유의미한 수준의 하방 리스크가 열려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연방준비제도(Fed)가 2027년 상반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 조치가 귀금속 시장 전반에 드리운 하방 압력을 기정사실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금의 대안으로 은이나 백금, 팔라듐 같은 귀금속에 눈을 돌리는 수요는 시장 어딘가에 늘 존재한다. 만약 이 거친 시장에 뛰어들 생각이라면, 단순히 직감에 의존하기보다 명확한 뼈대를 세우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각 귀금속이 가진 고유한 리스크와 가격 상승의 원동력, 그리고 본질적인 용도를 정확히 파악할 것. 둘째, 실물을 직접 소유하는 방식부터 ETF나 선물 거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투자 옵션의 구조를 이해할 것. 마지막으로 본인의 투자 목표와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철저히 계산하는 것이다. 시장의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면 야후 파이낸스 같은 플랫폼을 통해 24시간 가격 변동을 추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은 산업 내에서 내실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싶다면, 150여 가지의 세밀한 기준을 입맛대로 설정할 수 있는 종목 검색기(Screener)를 적극 활용해 자신만의 옥석을 가려보는 것도 훌륭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폭등과 폭락이 교차하는 지금,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한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By 최선영 (Choi Sun-young)